소설 마가복음(3-번외편): 흔들리는 갈대, 피어나는 용기
새벽의 안개가 채 가시지 않은 갈릴리 호숫가, 벤 야민은 헝클어진 머리를 긁적이며 밀밭 사이를 걷고 있었다. 어제 밤에도 잠을 설쳤다. 요한의 세례 이후로 예수는 끊임없이 사람들을 만났고, 그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벤 야민의 마음을 흔들었다.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는 그의 외침은 벤 야민에게 희망과 동시에 불안감을 안겨주었다.
“안식일에 밀 이삭을 자르다니… 율법을 어기는 것인가?”
벤 야민은 어제의 일을 떠올렸다. 예수가 제자들과 함께 밀밭 사이를 지나갈 때, 제자들이 배가 고파 밀 이삭을 잘라 먹었다. 바리새인들이 그 모습을 보고 예수를 비난했다. 예수는 다윗이 성전에 들어가 제사장 외에는 먹을 수 없는 빵을 먹었던 이야기를 하며,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 있는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고 답했다.
그의 말은 신선했지만, 벤 야민에게는 낯설었다. 율법은 그의 삶의 기반이었고, 율법을 어기는 것은 신성모독이라고 배웠다. 하지만 예수의 눈빛은 너무나 확신에 차 있었고, 그의 말에는 진실함이 담겨 있었다.
“어느 길을 따라야 하는가…?”
벤 야민은 갈대밭에 앉아 깊은 생각에 잠겼다. 바람이 불어 갈대들이 이리저리 흔들리는 모습이 마치 자신의 마음과 같았다.
회당 안은 침묵에 휩싸여 있었다. 예수와 그의 제자들이 회당에 들어서자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들의 시선은 존경과 호기심, 그리고 경계심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을 담고 있었다. 회당 한쪽에는 손 마른 자가 앉아 있었다. 그는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예수에게 도움을 청하고 싶었지만, 차마 입을 떼지 못했다.
바리새인들은 예수를 주시하며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 그들은 예수가 안식일에 병을 고치는지 확인하기 위해 그를 시험하려 했다. 만약 예수가 안식일에 병을 고친다면, 율법을 어기는 죄를 씌워 그를 고발할 생각이었다.
예수는 그들의 속셈을 꿰뚫어 보았다. 그는 손 마른 자에게 일어나 가운데로 나오라고 말했다. 손 마른 자는 떨리는 다리로 일어나 예수 앞에 섰다.
“너희에게 묻는다. 안식일에 선을 행하는 것이 옳으냐, 악을 행하는 것이 옳으냐? 생명을 구하는 것이 옳으냐, 죽이는 것이 옳으냐?”
예수의 질문에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그들은 침묵으로 자신들의 죄를 인정했다. 예수는 분노와 슬픔으로 그들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손 마른 자에게 손을 내밀라고 말했다. 손 마른 자가 손을 내밀자 그의 손이 즉시 회복되었다.
바리새인들은 분노에 휩싸였다. 그들은 회당에서 나가 즉시 헤롯당과 함께 예수를 죽일 방도를 모의했다.
예수의 소문은 삽시간에 갈릴리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가르침을 듣고 병을 고치기 위해 몰려들었다. 갈릴리 호숫가에는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예수는 배에 올라 사람들을 가르쳤다.
“귀 있는 자는 들으라.”
예수는 비유를 통해 하나님의 나라에 대해 설명했다. 씨 뿌리는 비유, 등불 비유, 겨자씨 비유… 그의 비유는 쉽고 명확했지만, 동시에 심오한 진리를 담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희망을 발견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예수를 환영한 것은 아니었다. 서기관들은 예수가 귀신의 힘을 빌려 귀신을 쫓아낸다고 비난했다. 예수는 그들의 비난에 논리적으로 반박하며, 사탄이 스스로를 멸망시키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누구든지 성령을 모독하는 자는 영원히 사함을 받지 못하고 영원한 죄에 빠진다.”
예수의 말은 무서웠다. 그는 성령을 모독하는 죄는 용서받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의 경고는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안겨주었다.
예수의 어머니와 형제들이 그를 찾아왔다. 그들은 예수가 너무 열정적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가르치는 모습에 걱정되어 그를 집으로 데려가려고 했다. 하지만 예수는 그들을 만나지 않았다.
“누가 내 어머니이며 내 형제들이냐?”
예수는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누구든지 하나님의 뜻대로 행하는 자가 내 형제요 자매요 어머니이니라.”
예수의 말은 충격적이었다. 그는 혈육의 관계보다 믿음의 관계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의 말은 가족의 가치를 중시하던 당시 사회의 통념을 깨는 것이었다.
벤 야민은 예수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 그는 예수의 가르침이 혈육의 속박을 넘어 모든 사람을 하나님의 자녀로 받아들이는 사랑의 공동체를 향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벤 야민은 여전히 갈대밭에 앉아 있었다. 그의 마음은 여전히 흔들리고 있었지만, 이전과는 달랐다. 예수의 말과 행동을 통해 그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았다. 율법의 굴레에 갇혀 있던 그의 마음속에 작은 용기가 싹트기 시작했다.
“나는 예수님을 따르기로 결심했다.”
벤 야민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의 눈빛은 흔들리는 갈대처럼 불안했지만, 동시에 피어나는 용기로 빛나고 있었다. 그는 예수를 찾아 나섰다.
갈릴리의 햇살이 벤 야민의 얼굴을 따스하게 감쌌다. 그의 발걸음은 무거웠지만, 희망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그는 예수의 제자가 되어 하나님의 나라를 건설하는 일에 동참하기로 결심했다. 그의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