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는 다시 호숫가 마을로 돌아왔다. 갈릴리 바다의 바람이 그의 옷자락을 스치고,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그의 귓가에 맴돌았다. 그는 마치 고향에 돌아온 여행자처럼, 익숙하면서도 어딘가 낯선 풍경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집 안은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병든 자, 가난한 자, 절망에 빠진 자들… 그들의 눈은 희망을 갈구하는 빛으로 가득했다. 예수는 그들을 따뜻하게 맞이하며, 한 사람 한 사람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었다. 그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기적이 일어났다. 걷지 못하던 자가 일어나 춤을 추고, 말 못하던 자가 노래를 부르며, 눈먼 자가 세상을 보게 되었다.

그러나 모든 이가 예수를 환영한 것은 아니었다. 바리새인들과 율법학자들은 예수를 경계하며, 그의 행동 하나하나를 비판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그들은 예수가 안식일을 어기고, 죄인들과 어울린다는 이유로 그를 맹렬히 공격했다. 그들의 눈에는 예수가 율법을 무시하고, 종교적인 질서를 파괴하는 위험한 존재로 보였다.

어느 날, 예수가 회당에 들어가 가르침을 전하고 있을 때였다. 그곳에는 한쪽 손이 오그라든 사람이 앉아 있었다. 바리새인들은 예수를 시험하기 위해 그를 주시하며, 예수가 안식일에 병을 고쳐주는지 지켜보고 있었다. 예수는 그들의 속셈을 꿰뚫어 보았으나, 망설이지 않고 그 사람에게 다가갔다.

“네 손을 내밀라.”

예수의 말에 그 사람은 떨리는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그의 손이 완전히 회복되었다. 사람들은 기뻐하며 환호했지만, 바리새인들은 분노에 휩싸였다. 그들은 밖으로 나가 헤롯당 사람들과 함께 예수를 죽일 모의를 시작했다. 그들에게는 율법의 권위가 그 어떤 것보다 중요했고, 예수는 그들의 권위에 대한 위협이었다.

예수는 그들의 적대적인 분위기를 감지하고, 제자들과 함께 갈릴리 호숫가로 물러났다. 그러나 사람들은 끊임없이 예수를 따라왔다. 그들은 병을 고치고, 악귀를 쫓아내는 그의 능력을 보기 원했고, 무엇보다 그의 따뜻한 마음과 진심 어린 가르침에 매료되었다.

예수는 그들을 위해 산에 올라가 기도했다. 그는 밤새도록 아버지께 간구하며, 자신의 사명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새벽이 밝아올 무렵, 예수는 열두 제자를 택하여 사도로 임명했다. 베드로, 야고보, 요한, 안드레, 빌립, 바돌로매, 마태, 도마, 알패오의 아들 야고보, 다대오, 가나안 사람 시몬, 그리고 예수를 배신할 유다 이스가리옷까지.

예수는 제자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병을 고치며, 악귀를 쫓아내는 권능을 주었다. 그는 그들을 세상에 보내 자신의 뒤를 잇게 하려 했다. 제자들은 예수를 따라 다니며, 그의 가르침을 배우고, 그의 기적을 목격하며, 점점 더 예수의 참된 의미를 깨달아갔다.

그러나 예수의 곁에는 항상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그의 기적을 목격하고, 그의 가르침을 들으면서도, 여전히 예수를 의심하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심지어 예수의 가족들조차도 그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들은 예수가 미쳤다고 생각하고, 그를 붙잡아 집으로 데려가려 했다.

어느 날, 예수가 집에서 말씀을 전하고 있을 때, 그의 어머니와 형제들이 찾아왔다. 그들은 예수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너무 많은 사람들 때문에 그에게 다가갈 수 없었다. 누군가가 예수께 “보소서, 당신의 어머니와 형제들이 당신을 찾고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예수는 주위를 둘러보며 앉아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누가 내 어머니이며, 누가 내 형제들이냐? 누구든지 하나님의 뜻대로 행하는 자가 내 형제요 자매요 어머니이니라.”

예수의 말은 듣는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혈연관계가 아니라, 믿음과 사랑으로 맺어진 공동체가 진정한 가족이라는 것을 깨닫게 했다. 예수는 혈연을 넘어선 새로운 관계, 하나님의 사랑으로 맺어진 영원한 가족을 제시하고 있었다.

세상의 시선은 엇갈렸지만, 예수는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갔다. 그는 병든 자를 고치고, 슬픔에 잠긴 자를 위로하며, 소외된 자들을 품에 안고 하나님의 사랑을 전파했다. 그의 삶은 희망의 빛이었고, 그의 가르침은 영원한 진리였다. 엇갈리는 시선 속에서도, 예수는 멈추지 않고 사랑을 실천하며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나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