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마가복음(2): 희망의 빛, 죄의 그림자
해 질 녘, 갈릴리 바닷가 마을 가버나움은 하루의 고단함을 짊어진 어깨들이 하나둘씩 집으로 향하는 시간이었다. 좁다란 골목길을 따라 옹기종기 모여 앉은 집들 사이로,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아낙네들의 분주한 손길과 아이들의 맑은 웃음소리가 섞여 흘러나왔다.
예수의 소문은 이미 갈릴리 전역에 퍼져 있었다. 그가 가는 곳마다 병자들이 나음을 얻고, 절망에 빠진 이들이 희망을 발견했다. 그의 따뜻한 말 한마디는 굳게 닫힌 마음의 문을 열고, 깊은 상처를 어루만지는 부드러운 손길과 같았다.
예수가 한 집에서 말씀을 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몰려들었다. 좁은 집 안은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가득 찼고, 심지어 문 앞까지 사람들이 겹겹이 둘러싸고 있었다. 예수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까,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간절함이 느껴졌다.
그때, 네 명의 남자가 중풍병자를 침상에 눕혀 들고 나타났다. 그들은 예수를 만나기 위해 먼 길을 왔지만, 워낙 많은 사람들 때문에 도저히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절망적인 상황이었지만,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친구를 낫게 하려는 간절한 마음은 그들에게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오르게 했다.
그들은 지붕으로 올라가 흙과 나뭇가지로 엮어진 지붕을 뜯어내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지붕을 뜯어냈다. 마침내, 예수 바로 위쪽 지붕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그들은 조심스럽게 침상을 구멍 아래로 내리기 시작했다.
예수는 놀라지 않고 침착하게 그들을 바라보았다. 지붕이 뜯겨 나가는 소리, 먼지가 쏟아지는 소리, 사람들의 웅성거림 속에서도 예수는 오직 그들의 간절함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중풍병자와 그의 친구들의 믿음을 보았다.
예수는 중풍병자에게 말했다. “작은 아들아, 네 죄 사함을 받았느니라.”
예수의 말에 사람들은 술렁거렸다. 그들은 예수가 죄를 사하는 권세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율법학자들은 더욱 격렬하게 반발했다. 그들은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이 사람이 어찌 이렇게 말하는가? 신성모독이로다. 오직 하나님 한 분 외에는 누가 능히 죄를 사하겠느냐?’
예수는 그들의 생각을 꿰뚫어 보았다. 그는 그들에게 말했다. “어찌하여 이것을 마음속에 생각하느냐? 중풍병자에게 ‘네 죄 사함을 받았느니라’ 하는 말과 ‘일어나 네 상을 가지고 걸어가라’ 하는 말 중에서 어느 것이 더 쉽겠느냐? 그러나 인자가 땅에서 죄를 사하는 권세가 있는 줄을 너희로 알게 하려 하노라.”
그리고 예수는 중풍병자에게 다시 말했다. “내가 네게 이르노니, 일어나 네 상을 가지고 집으로 가라.”
중풍병자는 즉시 일어났다. 그는 자신의 상을 들고 사람들 앞에서 걸어 나갔다. 모든 사람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하나님께 영광을 돌렸다. 그들은 “우리가 이런 일을 도무지 보지 못하였다”라고 말했다.
예수의 기적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다시 길을 가다가 알패오의 아들 레위가 세관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예수는 그에게 “나를 따르라”고 말했다. 레위는 모든 것을 버리고 일어나 예수를 따랐다.
레위는 예수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여 큰 잔치를 베풀었다. 많은 세리와 죄인들이 예수와 그의 제자들과 함께 음식을 먹었다. 바리새인들과 율법학자들은 예수의 행동에 불만을 품고 그의 제자들에게 따져 물었다. “어찌하여 세리와 죄인들과 함께 먹고 마시는가?”
예수는 그들의 말을 듣고 대답했다. “건강한 자에게는 의사가 쓸 데 없고 병든 자에게라야 쓸 데 있느니라. 나는 의인을 부르러 온 것이 아니요, 죄인을 부르러 왔노라.”
그때, 요한의 제자들이 예수에게 와서 물었다. “우리와 바리새인들은 금식을 많이 하는데, 어찌하여 당신의 제자들은 금식하지 않습니까?”
예수는 그들에게 대답했다. “혼인집 손님들이 신랑과 함께 있을 동안에 금식할 수 있겠느냐? 신랑이 그들과 함께 있을 동안에는 금식할 수 없느니라. 그러나 신랑을 빼앗길 날이 이르리니, 그날에는 금식할 것이니라.”
예수는 비유를 들어 그들의 질문에 답했다. “생베 조각을 낡은 옷에 붙이는 자가 없나니, 만일 그렇게 하면 깁는 것이 낡은 것에서 찢어져 더욱 험하게 되느니라. 새 포도주를 낡은 가죽 부대에 넣는 자도 없나니, 만일 그렇게 하면 새 포도주가 부대를 터뜨려 포도주와 부대를 버리게 되느니라. 오직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넣어야 하느니라.”
예수의 가르침은 기존의 틀을 깨는 혁명적인 것이었다. 그는 율법의 형식에 얽매이기보다는 사랑과 자비, 용서를 강조했다. 그의 말과 행동은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었지만, 동시에 기득권을 잃을 것을 두려워하는 종교 지도자들의 분노를 샀다.
예수의 하루는 그렇게 저물어갔다. 병자를 고치고, 죄인을 용서하고, 새로운 제자를 맞이하고, 사람들에게 진리의 말씀을 전하는, 숨 가쁜 하루였다. 밤이 깊어갈수록 가버나움은 다시 고요해졌지만, 예수의 메시지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었다. 희망의 빛은 어둠을 뚫고 서서히 퍼져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 빛 뒤에는 짙은 죄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예수를 시기하고 질투하는 자들의 음모는 점점 더 짙어져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