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은 예술가일 수 있는가?
인류 문명이 발달하며 예술의 형태와 역할은 끊임없이 변모해왔습니다. 디지털 기술이 예술 창작의 도구로 활용되고 AI가 시와 음악을 생성하는 시대에 ‘모든 사람이 예술가일 수 있는가’라는 물음은 단순한 철학적 주제를 넘어 현실적 실천의 문제로 다가옵니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우리는 예술의 본질, 창의성의 기원, 사회적 맥락에서의 예술 실천 방식을 종합적으로 탐구해야 합니다.
예술가의 재정의: 확장된 개념의 진화
20세기 현대미술의 거장 요셉 보이스는 “모든 사람은 예술가이다” 선언으로 예술의 경계를 혁명적으로 확장했습니다. 그의 주장은 단순히 그림 그리기나 조각 만들기 같은 전통적 기예가 아닌 창의적 사고 자체를 예술 행위로 격상시켰습니다[4][7]. 1982년 카셀 도큐멘타에서 진행된 ‘7000개의 떡갈나무’ 프로젝트는 시민들이 직접 나무를 심으며 생태계 복원에 참여하는 과정 자체를 예술로 규정한 사례입니다[4].
이 관점에서 노동자의 공정 개선 아이디어, 주부의 공간 활용법, 프로그래머의 알고리즘 디자인 모두 창의성 발현의 일종입니다. 미국 예술 평론가 제리 살츠는 『예술가가 되는 법』에서 “예술적 재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매일의 실천을 통해 길러진다”고 강조하며[2], 한국의 방송 프로그램에서 연예인들의 미술 활동이 논란을 일으킨 사례를 통해 전공 여부보다 예술에 대한 태도의 중요성을 부각시킵니다[2].
창의성의 신경생물학적 토대
2014년 뇌과학 연구에 따르면 전문 예술가들은 두정엽 쐐기전소엽 부위의 회백질 밀도가 일반인보다 높게 나타납니다[6]. 이 영역은 추상적 사고와 감각 통합을 담당해 창의성 생성에 핵심적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흥미로운 점은 이 차이가 선천적 특성보다는 지속적 훈련에 기인한다는 사실입니다[6].
미술치료 사례에서 보듯, 그림 그리기나 음악 만들기는 뇌의 신경가소성을 자극해 신경망을 재구성합니다. 하버드대학 연구에 의하면 매일 30분씩 창의적 활동에 집중하는 것이 전두엽 피질 두께를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마티스가 건강 악화 후에도 콜라주 기법을 개발한 것처럼[2], 신체적 제약조차 창의성 진화의 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의 예술 민주화
인공지능이 미술 작품을 생성하고 음악을 작곡하는 현실에서 인간 예술가의 존재 의미는 새롭게 조명받고 있습니다. AI 시스템은 “완벽한 음파”(WaveNet)나 “복잡한 멜로디”(MusicLM)를 만들어내지만[3], 빌리 홀리데이의 에서 느껴지는 인종차별의 아픔이나 쇼스타코비치 교향곡에 담긴 정치적 저항은 데이터 학습으로 재현 불가능합니다[3].
디지털 도구의 보급은 창작의 접근성을 혁명적으로 변화시켰습니다. 2025년 현재, 스마트폰만으로 4K 영상 제작이 가능해지고 AR 기술이 일상적 예술 표현 수단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영은미술관의 <나도 예술가가 될 수 있다!> 프로그램은 10대들이 AI 이미지 생성기를 활용해 전통 회화와 디지털 아트를 결합하는 방식을 탐구합니다[8].
예술의 사회적 기능과 경제적 가치
김영하 작가는 TED 강연에서 “예술은 결과가 아닌 과정 자체가 목적”이라고 주장합니다[5]. 이 관점에서 보면 요리사의 플레이팅,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공간 연출, 유튜버의 콘텐츠 기획 모두 예술적 행위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2023년 국립현대미술관 조사에 따르면 한국 성인 43%가 일상에서 예술적 활동(사진 촬영, SNS 콘텐츠 제작 등)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전문 예술 시장의 경제적 구조는 여전히 진입 장벽으로 작용합니다. 아트바젤 리포트에 의하면 전 세계 미술시장 매출의 68%가 상위 1% 갤러리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이런 현실에서 백남준이 요셉 보이스와 추진하려 했던 ‘예술의 민주화’ 프로젝트는 여전히 유효한 화두입니다[4].
예술 교육의 패러다임 전환
창의성 연구의 최신 동향은 예술 교육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핀란드 교육청의 2024년 개정안은 수학ㆍ과학 과목에 예술적 접목을 의무화했으며, 싱가포르 예술대학은 AI 크리에이터 양성 과정을 신설했습니다. 뇌과학자들이 강조하는 다학제적 경험의 중요성[6]은 예술과 기술의 융합 교육에서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광주 영은미술관의 청소년 프로그램은 현직 작가와 함께하는 워크숍을 통해[8], 이론 학습보다 직접적 체험을 강조합니다. 참가 학생들의 사후 인터뷰에서 “예술가가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을 훈련한 사람임을 깨달았다”는 응답이 78%를 차지했습니다.
기술 발전과 예술의 본질적 가치
인공지능이 생성한 예술품에 대한 미학적 논쟁은 인간 창의성의 고유성을 재확인시켜줍니다. 존 케이지의 <4’33”>이나 이우환의 단색화 작품에서 발견되는 개념적 혁신은 알고리즘의 예측 가능성 범위를 초월합니다. 레비나스 철학에 기반할 때, 예술 행위는 ‘타자와의 윤리적 만남’이라는 차원에서[3], 인간 관객과의 공감각적 소통을 요구합니다.
2024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선보인 AI-휴먼 협업 설치 작품들은 기술적 완성도와 인간 예술가의 의도가 조화를 이룰 때 최대 효과를 발휘함을 입증했습니다. 이 실험은 예술 창작에서 인간의 역할이 단순 제작자를 넘어 ‘의미 부여자’로 진화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결론: 예술적 삶의 가능성
모든 인간이 프로페셔널 예술가가 될 필요는 없지만, 창의성을 통한 자기 표현 권리는 누구나 향유할 수 있습니다. 요셉 보이스의 선언에서 50년이 지난 오늘날, 예술은 화이트 큐브 공간을 벗어나 도시 길거리, 디지털 공간,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로 스며들고 있습니다. 전문 예술가와 아마추어 창작자의 경계가 흐려지는 동시에, 예술의 사회적 영향력은 더욱 확대되고 있습니다.
창의성은 더 이상 특권층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제작하는 청소년, 블로그에 수필을 올리는 주부, 공장에서 작업 과정을 개선하는 노동자 모두 자신만의 방식으로 예술적 가치를 창출합니다. 다만 이를 인정하는 사회적 인프라와 인식 체계의 혁신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예술은 이제 생존을 넘어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필수 요소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출처
- https://brunch.co.kr/@@7oy5/45
- https://blog.naver.com/idella/223376570682
- https://brunch.co.kr/@@174C/112
- https://www.jjan.kr/article/20200106701906
-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55152
- http://news.kawf.kr/?searchVol=25&subPage=02&searchCate=11&idx=414
- https://artinculture.kr/webzine/article-506
- https://arte365.kr/?p=605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