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장난 산문시 #2
혀끝에서 피어나는 말의 꽃, 엉뚱한 산문시 한 편
세상이 온통 딱딱한 논리로 굳어버린 듯한 날들. 머리 아픈 현실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고 싶을 때, 나는 혀끝에서 맴도는 말들을 붙잡아 엉뚱한 시를 짓는다. 진지함은 잠시 접어두고, 말의 장난 속에서 뜻밖의 의미를 발견하는 재미. 오늘은 그런 말장난으로 가득한 산문시 한 편을 풀어놓으려 한다.
제목: 고양이 세수, 고양이 생각
아침 햇살이 고양이처럼 기지개를 켠다. 나는 고양이 세수를 한다. 슥슥, 물 묻은 손으로 얼굴을 문지르는 시늉. 정말 고양이는 세수를 어떻게 할까? 혀로 온몸을 핥는다고? 침으로 샤워를 하는 셈인가. 문득 궁금해진다. 고양이의 생각은 대체 얼마나 끈적할까. 온통 털뭉치와 생선 뼈다귀, 그리고 따뜻한 햇살로 가득 차 있을까?
창밖에는 까마귀 떼가 날아다닌다. 까마귀는 왜 까만 옷만 입을까? 혹시 패션 테러리스트일까? 아니면 시크한 도시 까마귀일까? 나는 커피를 마신다. 쓴 맛이 입안 가득 퍼진다. 인생의 쓴 맛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일상적인 쓴 맛이다. 어쩌면 인생은 달콤한 착각과 씁쓸한 현실의 끊임없는 줄다리기일지도 모른다.
고양이 세수를 하고, 고양이 생각을 하며, 까마귀를 흉보는 나른한 아침. 나는 다시 현실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 끈적한 고양이의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빳빳한 셔츠를 입는다. 세상은 여전히 딱딱한 논리로 돌아가겠지만, 내 안에는 아직 엉뚱한 말장난을 꿈꾸는 작은 고양이가 살고 있다.
때로는 이렇게 엉뚱한 말장난 속에서 숨겨진 의미를 발견하기도 한다. 삶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고, 유쾌하게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작은 여유를 선물해주는 것이다. 다음에는 또 어떤 엉뚱한 말들이 내 혀끝에서 춤을 출까?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